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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 글쓰기와 나

정보 보기가 힘들다

Makonea
··9분

이 블로그는 아직까진 LLM으로 초고나 글을 쓰지 않지만(아예 안 쓰는 건 아니다. 글의 맞춤법과 같은 퇴고, 코드들 일부는 LLM을 쓴다), 최근에 사이트를 돌면 LLM 글쓰기가 많아졌다.

문체들도 많이 비슷해졌지만, 한국식으로 안쓰는 문장들이 많이 쓰이고, 결정적으로 글 자체가 흔히 말하는 정보 밀도가 과밀한 글들이 줄을 선다.

최근에는 어느 사이트를 돌아다녀도 LLM으로 쓴 듯한 글이 보인다. 문체도 비슷하다. 짧은 도입 뒤에 문제를 정의하고, 몇 개의 소제목으로 논점을 나누고, 양쪽의 장단점을 공평하게 정리한 다음, 마지막에는 지나치게 반듯한 결론이 붙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그 문체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웬만한 사람이 급하게 쓴 글보다 읽기 쉽고 정보도 많다.

한국 웹소설 커뮤니티에서 ‘벽돌체’라는 말이 존재한다. 이는 원래 문단이 길고 빽빽해 화면에서 벽처럼 보이는 글을 가리킨다. 나는 LLM이 생성하는 글에도 이러한 벽돌성이 나타난다고 말하고싶다. 벽돌성은 의미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문단마다 설명할 것이 있고, 문장마다 맡은 역할이 있으며, 그래서 형식은 잘 나뉘어 있는데도 읽고 나면 한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의미적 벽돌체이다.

인간의 글에는 기본적으로 쓸데 없는 군더더기라 불리는 쉬는 지점이 존재한다. 벽돌로치면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러한 호흡조절의 위치가 인간 작가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의 중심 화제에 필요가 없지만 화자가 묘사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 정보글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서 살짝 벗어난 화자의 전공 같은 것들이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LLM의 글쓰기에는 그게 없다. 정보가 많고, 깔끔하며, 쉬는 지점이 없다.

그리고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보가 너무 많고, 너무 과밀하고, 그리고 깔끔하다. 표현도 정갈하다고 해야할지, 깔끔하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의 글쓰기랑 다르게 덜어내야할 부분이 적다. 토큰 최적화의 문제인지 효율적이라고 봐야할지.
동일한 인간 문장대비 LLM이 쓰는 글은 더 많은 정보를 품고 있다. 그렇다보니 읽다보면 적은 문장인데 많은 내용이 들어 있다는 걸 느낀다.
LLM 글쓰기의 특징이라고 해야할지, LLM 글쓰기는 전반적으로 마침표가 많다. 사람의 글은 오히려 쉼표라거나 글을 이어서 비문으로 한다.

특히 나의 언어인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사람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연결어미로 굴러가서 문장이 길게 이어지고 논리 관계가 흐릿한 채로 남는데, 모델은 그걸 끊고 접속 관계를 명시한다. 흐릿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그 흐릿함을 일부러 남길 때가 있다. 확신이 없다는 것 자체를 문장 모양으로 전달하는 거니까 말이다. 다만 이건 내 가설이라 데이터로 확인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특정 표현도 자주 나오는데, 문제는 모든 정보 사이트 출처가 이걸로 도배되고, 심지어 인간들이 이걸 따라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특히 프로그래머다보니 직업 특성상 해외 사이트나 정보 요약 사이트를 애용하는데 거의 대부분 LLM 문장으로 도배되는데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이 이것이다.

기술이나 방법론을 완전히 기각하지 않고, A의 장점 감소와 B의 단점 증가를 등가교환처럼 배치해 문장 구조 안에 후퇴할 자리를 남기는 방식을 자주 쓰는데,
한국 LLM이 자주 쓰는 문장은 '비용이 사라지지 않는다. XX로 바뀔뿐이다' 같은 문장부터 극단적인 부정형을 싫어하는 중립형 문장을 자주 쓴다.

인간은 거기에 더해서, "특정 상황에서는 유용할 수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라는 방식의 무균식 화법도 쓴다. 이는 논리적으로 상당히 빈틈 없게 해준다. 즉 공격 당하지 않는 안전한 글이 되는 것이다. 미리 엣지 케이스를 상정하고 방어하는 문장은 정보 전달로써는 안전하지만, 저러한 문장은 글에서 화자의 성격을 유추내기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면 일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소설 AI 글쓰기는 특히 그렇다. 소설형 AI는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고 공허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설 AI도 과밀하다고 느낀다.
어디가 정보가 과밀하다 어떤 느낌이냐면, 공허한 묘사들의 정보 나열이 늘어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글쓰기는
예쁘다, 금발이다, 황인이다. 같은 필요 정보만 나열한다면, AI 글쓰기는 예쁘며, 날씬하고, 금발이며 그 금발의 색깔은 무슨 색깔이다라는 식으로 묘사에서 힘주거나 과밀한 부분이 많다.

인간 글쓰기는 이러한 호흡조절을 독자에게 의도를 전달하기위해 조절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시를 들면 이렇다.

가령 캐릭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위해서 묘사를 힘주어서 몇페이지 동안 할때도 있지만, 엑스트라 캐릭터의 경우에는 매우 짧게 한줄로 끝내는데, AI는 그러한 부분을 잘 구분하지 못해서 공허하게 느껴지는 소설형 글쓰기가 된다.

결국 인간의 글쓰기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비대칭성(Asymmetry)'에 있다. AI는 모든 정보와 묘사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며, 기계적인 대칭을 이루는데, 장점과 단점을 1:1로 배치하고, 주연과 엑스트라를 동일한 밀도로 묘사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과감하게 한쪽을 버리고(생략), 특정 부분에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쓸데없는 군더더기, 흐릿한 연결어미, 그리고 논리적 공백은 오류가 아니라 화자의 '태도(Stance)'와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지문이다. AI의 텍스트가 아무리 정갈하고 정보 밀도가 높아도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완벽한 균형 속에 화자의 '편향'과 '의도'가 거세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고보니 어쩌면 논리적이고 기계적이며 비용 효율적이며, 정갈한 부분이 기계적이고, 인간적인 것이 더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AI 글을 보면 컨텍스트 창의 문제로 긴 문장의 연결은 약하지만, 짧은 구간의 논리를 연결하고 결론까지 닫는 능력은 어지간한 사람보다 더 매끄러울때가 많다. 더 적은 표현으로 더 논리적으로 비약없이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고급 AI 모델일수록 점점 자기 논지를 정리할때 미리 방어 케이스를 상정하고 인간글쓰기의 초고보다 훨씬 단단한 논지의 글을 생성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으로 기계와 인간임을 추론한다. 완벽한 논리와 효율성은 기계의 몫이고, 비효율과 논리적 결함이 오히려 인간의 조건이 된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추상적 세계에서의 '마찰력(Friction)'이자 '노이즈(Noise)'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기계는 토큰 낭비를 최소화하며 A에서 B로 가는 최단 논리 경로를 마찰 없이 주파한다. 일부 논리적 빈틈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인간보다 논리적 비약이 덜하다. 반면 인간은 굳이 멀리 돌아가거나, 논증에 필요 없는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덧입히는데, 이는 기계의 관점에서 이는 명백한 논리적 결함이자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다. 하지만 이 매끄럽지 않은 마찰과 거칠거칠한 노이즈야말로, 역설적으로 글을 읽는 독자가 '이 텍스트 너머에 나와 같은 불완전한 개체가 숨 쉬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유일한 질감(Texture)이다

어쩌면 인간성이라는 것은 결함 그 자체이며, 우리는 그 결함을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