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사람이 게임을 출시했다. AI는 전혀 쓰지 않고 1년 남짓 정도 걸려서 만들었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나 또한 오늘 출장을 다녀왔다. 기본적으로 AI 시대에 들어선다고 중소 기업쪽에서 AI로 엑셀 자동화하려는지, 물류회사 WMS 관련으로 연락받았다.
거기서 순두부찌개를 사장님에게 얻어먹고, 회사 전체의 엑셀을 받아서 사장의 기대와 현실이 뭐가 다른지 설명했다.
울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ERP나 사내 시스템이 조금 낙후되어있다.
대체로 엑셀로 소소하게 작업 후에 그 엑셀을 현대 자동차에 보고하는 식으로 수량을 맞추는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공장 지역을 떠나다보니 엑셀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고, 젊은 애들을 뽑을 여력이 안되니까 기존 사람들의 수고를 줄이고 싶다고 하였다.
사장님 말을 밀리자면 '사람의 연식이 오래되서' 이제 계속 이 작업을 수기로 하는 건 너무 힘들어서 수요 예측에 대해서 AI가 할 수 있느냐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보통 WMS는 기본적으로 물류 관련은 물류 배치 되게 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또 처음이라서 생각보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울산의 많은 기업에선 사내 전산이 없다. 내가 주로 납품하는 곳은 회사 연혁은 오래 됐지만, 작업방식이 오래되서 엑셀로 유지보수하거나, 신생 스타트업을 위주로 주로 작업을 한다.
기존 배차 WMS 물류 관리 시스템의 경우와는 또 다른 경우인데, 기본적으로 물류 회사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방식의 데이터 관리를 하지 않기때문에, 어느정도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전에 작업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방식으로 굴러갔다.
일단 MSCP(현대 모비스 보급 체인 포탈)에서 데이터를 받고 출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기본적으로 울산쪽은 공장 도시고 대부분은 현대 자동차,SK쪽으로 작업을 한다. 사실 현대 자동차 자체는 나름 전산화가 잘 되있는 편이라, 입/출력 데이터가 정형화 되있지만, 이 경우에는 현대 자동차 하위 기업들의 전산화가 부족하다라고 생각해야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출하쪽 전산 자동화에서 어디까지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최종 결과물은 현대 모비스측에서 원하는 엑셀 데이터로 납하는 것이 중요한 것 이다.
즉 입력 데이터와 출력 데이터는 동일하지만, 그 안의 워크플로우 방식이 기존 회사와 전혀 달랐다. 프로그래머로써 가장 힘든 지점이다. 실무자라고 해도 자기 워크 플로우 방식과 어떤 부분의 수고를 줄였으면 할 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잘 모른다. 정확히 주어진 일은 하지만, 그걸 설명하는 것은 다른 일이고, 그걸 관측하고 자동화하는 것은 내 일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엑셀이 있고, 이 엑셀 데이터를 바탕으로 DB를 만들고 DTO 형성을 한 후에 각 페이지 나누면 되서 엄청 어려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이야기를 하고나서 대략 견적을 보여주었다. 위시 캣 단가를 기준으로 대략 30%를 뺐다. 다음 주까지 연락을 준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할 의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보통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견적과 날짜를 빠르게 잡아두는데, 이번에는 두루뭉실하게 이야기했기때문이다. 나는 출장비를 6만원에 밥을 얻어먹었으니 손해는 아니다.
그 다음 서울에 있던 지인들과 이야기를 했다.
집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많은 걸 생각했다.
요즘은 주변의 프로그래머 친구들은 다 짤린다. NC같은 대기업 다닌 친구도 일이 없다고 했다. 나는 일단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고, 미국쪽 기업, 중국쪽 기업, 일본쪽 기업과 작업 경력이 있으니 일단 뭘 해도 살아남을 자신은 어느정도 있지만은 이 상황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프로그래밍 정보를 얻을려고 한국 프로그래밍 사이트를 돌아다니려고 할때마다 요새 워낙 취직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다들 날 서있고,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서 가기도 꺼려진다.
다만 프로그래머 지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배부른 걸 수도 있다. 지인은 나에게 서울 하층민으로 사는 게 괴롭다고 했다.
서울 하층민이라는 표현, 그럼 나는 울산 하층민인가? 이런 생각을 했지만 그 말의 의미는 알 것 같다. 서울 월세 비용이 감당이 안되서 일을 관두는 순간 사실상 서울을 떠나야 할 상황에 놓이는데, IT쪽은 서울 외에는 거의 없으니까. 죽기 살기로 하는 것이다.
나도 5년전에 그런 고민을 했다. 그리고 울산으로 내려왔고, 자리를 잡는데 실패했다. 요즘은 정말 많은 애매한 연차의 개발자 친구들이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와중에도 회사 짤린 개발자 친구는 게임을 냈고. 나는 일단 제 자리걸음 하 있다.
나도 무언가 출시해야하는데 뭘 할 수 있을까. 매번 출시해야한다고 하지만, 막상 작은 일들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자기 변명만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얼마전에 만들던 3D 타워 디펜스도 만들다가, 적합한 에셋을 구하지 못해서 잠깐 보류하고 AI를 사용해 스프라이트(Sprite)를 생성해서 게임을 만들까도 고민 중이다.
왜냐하면 기존에 에셋 구매 한 이유도 AI 미사용 딱지때문에(마케팅적으로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훨씬 도움이 되니까), 굳이 AI를 미사용했는데, AI 사용할거면 아예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늘 생각만 많이 한다. AI를 사용하면 다 만들 수 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뭔가 AI를 써서 결과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