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전 1700년경 고바빌로니아 시기, 수메르어로 적힌 'E-duba B' 점토판.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프리랜서.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비정규직이고,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돈도 불안정하게 버는 사회 민폐아다. 결혼은커녕 연애도 꿈도 못 꾼다.
그리고 일단 한국 사회의 비주류다. 기본적으로 그렇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비껴가 있다.
장점은 정보의 비대칭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비교적 넓다. 나는 돈이 필요할 때는 육체노동도 하는 편이고, 프로그래밍으로는 얼마 전까지 대기업 연봉만큼 벌었던 적도 있다. 물론 사기로 다 날렸지만.
내 직종은 AI로 인해 일자리를 가장 크게 잃은 직종이다. 어쨌든 그렇다 보니 내 업계 정보는 기본적으로 현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얻는다.
가끔 밥을 사주고, 친구도 나에게 코드 이야기나 간단한 도움 정도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번에 친구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는데 AI를 써서 하니까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장어덮밥도 얻어먹을 겸 놀러 갔다. 그러다가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말했다.
"요즘 신입들 진짜 싸가지가 없다."
이 말을 듣고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아, 나는 원래 사회의 척추가 되어야 하는 실무 허리 라인에 속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 그리고 친구도 늙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러면서 험담을 늘어놓았다.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AI가 애들을 망쳤다 등등. 화룡점정으로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말까지 나왔다.
헛웃음이 나왔다. 사실 신입 때 이 친구는 불만이 많아서 상사가 꼰대라고 말하던 친구였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나는 기본적으로 싸가지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예의범절을 모른다는 식이다. 회사 미팅 때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서 기술만 설명했다. 물론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한 4~5년 전에는 그렇게 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 편한 옷을 입고, 내 작업만 잘하면 된다는 말을 많이 했고, 사회가 30대 남성에게 요구하는 예절을 잘 지키지 않았다.
이유는 얕보이면 죽는다는 경험 때문도 있고, 그 사회가 싫어서일 것이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프로그래머는 자유롭게 입어야 실력 있어 보인다는 미디어의 고정관념을 받아들였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다가 떠올렸는데, 양복이 비쌌는데 당시 살이 많이 쪄서 양복이 맞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돈이 없던 시기였다. 프로그래머의 실력에 대한 고정관념에 기댄 측면도 있었다.
프로그래밍 일이 없던 시절에는 육체노동을 병행하면서 프로그래밍을 했다. 빚을 갚아야 했으니까. 그때는 못하는 척하면 무시당하기 십상이었다.
어쨌든 중간에 말이 잠깐 샜는데, 나는 이것을 세대 간 지위 불안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을 통제할 수 없을 때, 그들은 "버릇없다"고 말한다.
나는 이 구조를 남의 일처럼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 구조 안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프리랜서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상사도 없고, 부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일도 없고, "싸가지 없다"고 말할 일도 없다. 나는 그냥 사회 밖에 있다. 사회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사회의 규칙이 나를 지켜주지도 않는다. 계약서 상에서의 납품만 하면 된다. 일종의 다루기 어려운 기계다.
친구가 신입들에 대해 불평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그 신입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들은 아직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나이다. 그것이 사회에 대한 저항인지, 그냥 모르는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는 시기다. 나는 그 시기를 지나왔고, 이제는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네,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게 성숙인지 타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리고 사실, 나는 사회 밖에 있기 때문에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자격도 없다. 사회 밖에 있는 사람은 사회 안의 규칙에 대해 불평할 자격이 없다. 나는 그냥 사회 밖에서 사회 안을 구경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자유로울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다.
어쨌든 장어덮밥을 먹고 코드를 봐줬다. 한국 대기업이 회사 서버에 QWEN 3.8을 돌린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 이야기를 들었고, 친구가 부러웠다.
친구의 카톡 프로필에는 여자친구 사진이 있다. 여자친구는 예뻤다. 친구도 잘생겼다. 선남선녀의 한 폭이다. 그에 반해 내 프로필 문구는 이렇다. "홈페이지를 만들어드립니다."
누구나 가지 않은 길을 부러워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내 성격을 안다. 나는 ADHD가 있고, 기본적으로 남에게 호감을 주기 어렵다. 그래서 내 성격에 맞게 선택한 길이다. 사실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처음에 사기당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온 길이지만, 내가 선택했다고 믿는 편이다.
불안도 공포도 불행도 전부 내 생각에 달렸다는 것을 알고, 인생의 모든 것이 행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만 그냥 주변인들과 내 생활을 대조해본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에, 아니 선택할 수 없었기에 갈 수 없었던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덩그러니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 육신은 있지만, 정신은 인터넷상에만 있다. 그 나이 또래가 하는 대출, 결혼, 연애, 직장 이야기에서 동떨어진 채 혼자 24시간 AI와 채팅하면서 내 프로그래밍을 갈고 닦는다. 삶의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길이다.
다만 역시 돈은 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이 시대에 돈이 된다고 해서 배웠지만, 역시 많은 경험이 남들의 니즈를 파악해 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내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