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프로그래밍 현역 친구들과 채팅을 했다.
대부분 AI 관련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했다.
나는 근 3개월째 일이 없다. 있었던 일들도 업체에서 전부 중간에 취소됐다.
에이전트를 만들어달래서 여러 논문과 유출 코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줘도 취소가 되고 일이 3개월째 없다.
그나마 이전 작업들의 유지보수 업무 몇가지가 전부다. 기존 프로그램에서 작은 변경만 추가하는 작은 금액의 작업들 말이다.
현업 개발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AI를 이용해 개발에 진입한 사람들까지 경쟁에 참여하면서 기존 프리랜서의 생계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예전 프리랜서 시장은 학벌을 보지 않았고, 출신을 보지 않았다. 구현이 되냐 안되냐 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여러곳에 납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밀려나고 AI를 쓰니까 완성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한 재능이라고 생각들을 하지 않는다.
불과 2년전만해도 전체 완성할 수 있다는 건 경력이었다. 특별한 것이었다.
나는 이것만으로 시장에 나왔고, 내 삶을 완성해 나갔다.
근데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빚을 다 갚은것이다.
6월달에 이란 전쟁이 발발하고, 유가 부분이 올라가면서 원래 공장 확대하기로 했던 것들이 취소되고 일이 붕떴다. 이후부터 일이 꾸준히 취소되고 있다. 계약했던 것들도 필요가 없어져서 취소가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세하게 설명한 PPT를 제출한 것만으로도 계약이 취소되는 것이다. AI가 그 PPT대로 하면 다 되니까.
나의 몸값은 500~650만원 사이였다. 왜냐하면 지방에서 쓸만한 프로그래머가 전체 프로젝트 완성하려면 그정도 가격이었다. 실제로 나름의 실력이 있었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이제 가격을 300만으로 낮춰도 일이 잡히지 않는다.
지금은 다 인하우스 개발로 전환되고, 그나마 시장에 나오는 것들도 대부분 금액이 매우 낮게 책정된다.
위시켓 같은 곳에서는 나같은 '개인' 개발자는 잘 뽑지 않는다. 거기는 내가 경력으로 증명한 사이트들과 내 홈페이지를 링크만 해도 정지시키기 때문이다. 수수료도 20%면서 사실상 책임질 수 있는 업체만 받는다는 것이지.
연락하던 업체들도 이제는 일이 없다고 말을 한다. 업체들도 예전엔 솔루션 납품에서 운영까지 책임지는 턴키 계약으로 바뀌고 있는데, 나는 개인 계약 특성상 그게 힘들다.
취직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날 써줄리 만무하고(경력이라는 게 사실상 전체 솔루션이지만, WMS,ERP 이런 계열보다는 보통 B2C쪽 서비스 기업 경력들을 선호하니까). 서울의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내가 지방에 있는 이유는 집값과 의식주를 감당할 수 있는게 크니까.
코드 품질은 사실 AI 시대가 오고나서 엄청난 차이가 있진 않다고 생각을 한다.
큰 프로그램의 전역 일관성의 문제야 있지만 어지간한 경력이 있으면 해결이 되니까.
문제는 사람들의 능력이 고만고만해지면, 이제 그걸 뽑는 것이 학벌과 대기업 위주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큰 계약은 없이 연구실에 들어갈 자료나 일부 코드 검증쪽은 납품해서 먹고 살만큼은 벌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정말 일이 없다. AI 구독료부터 시작해서 점점 옥죄어 오는 느낌이다.
20대는 청춘이 없었다. 거의 일과 공부만 했으니까. 연애는 커녕 좋았던 일도 없었다.
10대에도 딱히 좋았던 적은 없었다. 나는 가정폭력을 심하게 당했고, 내가 안전하다고 느꼈던 공간이 없었으니까. 학우 관계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왕따였으니까. 우리 부모는 나에게 대체로 무관심했다.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약해지고 나도 1차 창업에 실패하면서 그나마 조금 가까워졌지만, 나는 아직도 부모님이 껄끄럽다.
20대까지는 실패해도 새 분야로 일어설 수 있지만, 30대부터는 나쁘더라도 완성물을 쌓아가야한다.
근데 30대 중반에서 드디어 완성물에 연속성이 끊겼다.
당장 내야할 돈들 수 많은 것들이 아른아른하다. 작년까지만해도 꽤 돈을 많이 벌었지만 올초에 컴퓨터 교체등을 이유와 여러가지 문제로 돈을 다 소비했다.
나는 학문도 실패했고, 연애도, 전부 실패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살을 뺐던 적도 있지만 연애를 실패했고, 대학원도 실패했고, 공부도 실패했다.
성공을 해 본 적이 단 하나도 없다. 내 인생에 성공 기록은 생각해보면 프로그래밍과 엮였을때 말곤 없는 것 같다.
태어나서 좋았던 적이 있었는지 늘 가물가물하다. 20대 후반 들어서 직업으로 잡아온 프로그래밍은 나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다른 사람의 허가 없이 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AI는 그런 나를 대체하고 있다. 주변의 프로그래머 친구들 중 절반은 목수니 용접이니 다시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걸 놓을 수가 없다. 내 자신을 어떻게 놓겠는가.
하루종일 컴퓨터를 켜놓고 멍하니 소스코드 몇줄 치다가 생각을 멈춘 채 책들을 읽는다.
게임을 만들어야 할까.
만들고 싶은게 있을까.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다 들고 가봐도 다 거절당했다.
나한테 투자 할 업체도 없고. 사실 뭐 기획서 들고 갔을때 뭐 비웃음 당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 기술은 그쪽에서 관심이 없었다.
주변부에 산다는 건 프로그래밍 업계에서 명성이 없단것은 단가가 낮다는 것이다. 나는 주변부의 사람이고 내가 가지는 테이스티는 한국의 주류 코딩과 또 해외의 주류 코딩과 맞지 않는다.
살기 위한 발버둥은 항상 괴롭다. 행복해지기위해 사는것은 아니다. 그냥 어떻게 삶을 강제로 떠맡겨졌기에 그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뿐이다.
다만 가끔은 나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사치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은 늘 우울함의 절벽에서 매달린 채 소리치고 있다. 내가 사는 것이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것은 어쨌건 죽지 않으면 살아는 진다는 것이다. 다만 그게 삶인지는 모르겠다. 살아는 진다. 살아는 지는데, 그것이 살아나가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일단은 게임부터 하나 완성해봐야겠다. 한 두달정도는 AI 구독과 세금을 버틸 금액이 있다.
실패하겠지만, 어차피 그걸 받아들이는 건 언제나 익숙하니까.
결혼도, 연애도, 학문적 명성도 나는 내가 얻지 못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제 내가 만들 수 있는 이것마저 포기한다면 나는 무엇인가.
누구도 자기 자신을 버릴 수 없다. 나는 이게 내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