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편하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언제나 무리 속에 머물러라. 그리고 그 무리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잊어버려라.”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방금 홈페이지를 운영하다가 사고를 쳤다. 코드 수정하고 커밋하고 푸쉬했더니 코드에서 상태명을 잘못 변경한 탓에 초안만 작성해두고 숨겨둔 글이 공개되는 사고가 터졌다. 단순 오타의 문제였다. 스테이징 서버를 뒀으면 조기 문제를 발견했겠지만, 개인 사이트에 거기까지 비용쓰는 것은 사실 조금 무리가 있다.
무리에서 동떨어져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남들이라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는 것이다. 한국의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를 이용했다면 적어도 내가 작성한 코드의 오타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이트를 만들고 산다는 것은 일단 돈이 꽤 드는 취미다. vercel부터 AWS 라이트셰일까지 하나하나 비용이다.(단순 VPS 하나로 처음부터 다 하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어느정도 비용으로 편의를 산 것은 있다.) 원화로 따지면 대략 한달에 9만원 돈을 쓰는 고급 취미다.
그러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내 마음을 누일 공간이다.
사실 내 블로그보다 미디엄이나 서브스택에서 홈페이지를 만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글 유료화도 쉽고, 실제로 사이트랑 연계해서 글을 정리해서 책을 내기도 좋다. 하지만 난 왜 이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홈페이지를 만들었을까.
내 사이트는 돈이 안된다. 광고를 붙일 생각도 없고.
애초에 개발자 사이트 AD 광고를 넣는다는 선택 자체가 멍청한 생각이다. 개발자들은 일단 전반적으로 인터넷에서 돈이 안되는 족속들이다. 무료 광고를 삽입하면 광고 차단기로 거부 할거고, 나는 광고 넣을 공간을 어디에 만들지 생각하느라 시간 보낼 것이다.
내 블로그 내용은 대중이 굳이 찾아 볼 내용도 아니기때문에 더욱 그렇다. 방문자 수도 사실 크롤링 봇이 8할, 인간이 2할이다. 그 뿐만 아니라 시간도 엄청 든다. SEO 최적화부터 자질구레한 잡일까지 정말 많은 걸 해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돈까지 엄청나게 써야만 한다.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는 일단 잡다한 일을 많이한다. 크롤링부터 광고 도배 프로그램까지. 그러다보면 커뮤니티 관련해서 광고 관련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소위 광고 회사들이 커뮤니티에 의견을 조작하거나, 신고 넣는 등 선입견을 만드는 것을 알게된다.
커뮤니티 부터 홈페이지까지 전부 사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 즉 돈을 벌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그 사이트 내의 이용자들과 이어주려고 한다.
보고 싶지 않은 피드, 잘 못된 정보, 소위 '알바'라고 말하면서 특정 제품이나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보게 된다.
그렇다보면 내가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지만, 사이트 내의 만연한 선입견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한국,미국,중국,일본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사이트마다 선입견을 보게되면서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본다.
어느 사이트든 그 사이트가 돈을 버는 방식이 그 사이트의 선입견을 만들고 특정 이용 계층의 주제에 맞는 여론만 나온다.
가령, 한국의 대기업에 유리한 조작을 하는 여론 조작이나, 특정 유튜브 채널을 띄우기 위한 홍보채널들이 도배되는 걸 보면서 결국 특정 여론에 휩싸이기 쉬운 상태가 된다.
문제는 그게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그러한 정보를 받을때 대부분은 첫 정보의 편견과 선입견이 고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첫 발화점이 잡히면 그 커뮤니티 내에 유저들은 그 발화점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위해 서사들을 강화한다.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든 '혐오'가 있다. 인간 자체가 어쩌면 혐오를 필요로 한다. 그 혐오는 커뮤니티의 외부의 적으로 커뮤니티 인원들 간의 결속력과 소속감을 만들지만, 사람을 편협하게 만든다.
'혐오'는 접착제다.싫어할 대상을 정해두면 '우리'가 누군지 정하기가 쉬워진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점착된다는 것은 내가 탐색할 것들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가 든다.
한번도 보지 못한 자들을 혐오하고, 자기가 써보지도 않은 물건을 나쁘게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인지능력이 한정되어있기에 자기가 관심있는 것들에 한해선 탐구하지만 자기가 관심 없는 인지능력은 빠르게 편견을 형성한다. 그러다보면 혐오의 편견이 머리에 먼저 자리를 잡으면 그 편견으로 타인을 보기 힘들어진다.
물론 나도 인간인 이상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 또한 특정 이야기를 의심없이 받아 들인다. 다만, 개인일때는 그것을 의심해 볼 시간과 여유가 있다. 자기 자신을 의심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하지만 항상 남과 연결되어있다면 그것을 재고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인간들 대부분은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어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피드를 보면서 대화하는 것은 그러한 영향이다. 남을 필요로 하니까 굳이 레딧이나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에 들어 가는 것이고, 굳이 남과 이야기하면서 '나'를 단체에 넣고 싶어한다.
그러한 욕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나 역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고,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홈페이지를 인터넷에 공개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혼자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메모장 하나로도 충분했을 테니까.
문제는 소속감을 얻는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을 고친다.
어떤 커뮤니티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그곳에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환영받고, 어떤 이야기를 하면 비난받는지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굳이 누군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발언을 조심하게 된다.
내 자신을 자기 검열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공개된 홈페이지라고 검열이 없단 건 아니다. 만약 검열이 없었으면 내 홈페이지는 야한 사진으로 도배 되어있었을테니까.
그러면 나는 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가.
나는 ‘무리’와 연결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고독’을 가진 사람과 연결되고 싶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의 피드와 스레드, 게시글들은 시끄러운 광장이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쉽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금세 무리를 지어 누군가를 향한 혐오를 소비한다. 하지만 내 홈페이지는 사람 하나 지나가기 힘든 좁은 오솔길 끝에 놓인 서재다.
나는 이 서재의 문을 굳이 인터넷이라는 바깥세상을 향해 열어둔다. 내가 쓴 글이 크롤링 봇이 아닌, 우연히 검색을 타고 들어온 낯선 이의 화면에 띄워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광장에서 박수갈채를 받기 위함이 아니다. 나의 서재에 들른 단 한 사람이, 나의 구석진 생각들에 공감해 줄 때 느껴지는 그 낯설고도 따뜻한 ‘공명(共鳴)’을 원할 뿐이다. 그것은 소속감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를 찾는 갈망 일 것이다.
소통의 욕구라는 것은 이래서 괴로운 것이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지만 그 관계 속에서 나를 잃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와 비슷한 고독을 가진 사람을 찾겠다는 생각조차 모순적이다. 결국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고, 그들과 공감하면서 또 다른 무리를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닐까.
늘 생각하지만 나는 모순의 생물이다. 내가 비판하는 대상들은 늘 나와 똑같은 속성을 지닌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거울을 보면서 비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게 숙명이고, 그 모순을 위해서 돈을 쓴다.
내 지갑은 가난하지만, 내 정신 속 부르주아를 위해 헛돈을 쓰는 것이다.